하루에는 수많은 소리가 함께합니다.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 길가에 가득한 웃음, 그리고 누군가 불러주는 이름.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그 소리들이 반쪽짜리로만 다가오기도 합니다.
선천적으로 심장이 좋지 않았던 꿈 많은 대학생 나은(가명)양은 어려서 다양한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면서 청력검진 시기를 놓쳤고, 한 쪽 귀로만 세상을 들으며 살아왔습니다. 성인이 되어서 강의실에서는 말소리가 자꾸 흘러가고, 친구들과의 대화도 어딘가 늘 비워져 있었습니다.
그러던 그녀가 많은 분들의 마음이 모인 소중한 소리를 선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양쪽으로 들리는 세상을 마주했지요. 바람소리와 웃음소리가 이렇게 가득하고, 따뜻한 것이었다는 걸 새삼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이번 이어레터에서는 이렇게 소리로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 나은 양의 이야기와 청각장애인 연극단 <옥탑방달팽이>가 울림을 전한 공연 '미로의 백화점' 메이킹 영상을 담았습니다. 준비한 소식을 통해 오늘 하루에 잔잔한 울림이 되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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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원후기: <성인 보청기 지원 후기> '모노'에서 '스테레오'로
- 영상: 연극 🎭'미로의 백화점' 리허설부터 무대까지 비하인드 대공개!
“20년 동안 한쪽 귀로만 살아온 제 세상은
늘 반쪽짜리였습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모든 방향에서
소리가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제 인생의 색깔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김나은(가명) 양은 문헌정보학과에 재학 중인 꿈 많은 대학생입니다. 현재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앙상블 단원 활동을 병행하며 도서관 사서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 중인 재원이죠. 아주 어릴 때부터 아이의 심장이 좋지 않아 미처 청력검사까지 신경을 쓰지 못했던 부모님은 나은 양의 청각장애를 일찍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한쪽 귀로만 세상을 듣던 나은 양에게 어느 날, 아주 특별한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소리가 더딘 아이
나은 양의 청각장애가 언제부터 생긴 건지는 부모님도 정확히 잘 모릅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심장이 좋지 않았던데다 심한 약시와 언어 재활, 수술 등으로 워낙 많은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느라 신생아 청력검사 시기를 놓친 탓이었죠.
소리 반응은 있었기 때문에 그냥 발달이 좀 늦나 보다 싶어 기다리던 중 4살 때 어린이집 원장님이 “아무래도 병원에 가서 청력검사를 해보시는 게 좋겠어요.” 라며 조언해주셨고 그제야 아이의 귀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왼쪽 귀는 보청기로 청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데 오른쪽 귀는 달팽이관 기형으로 보청기를 착용해도 의미가 없을 겁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부모님은 무겁게 가라앉는 마음을 단단히 붙들었습니다. 아이가 아예 소리를 못 듣는 건 아니니 눈앞의 희망을 꽉 움켜쥐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로 했죠.
두 귀로 듣는 기쁨
나은 양은 대학 입학 이후, 조별 과제나 모임 등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한쪽 귀로만 듣는 한계에 부딪혀 답답할 때가 많았습니다. 강의실 뒤편에 앉으면 교수님의 목소리는 흐릿하게 멀어지고, 시끄러운 환경에서는 대화의 반을 놓쳤습니다. 그래서 오른쪽 귀도 보청기를 맞추고 싶었지만,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도 빠듯한 현실 속에서 그 꿈은 늘 뒤로 미뤄져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랑의달팽이에서 보청기 지원을 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고, 마치 숨겨 두었던 선물을 갑자기 발견한 듯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시끄러운 카페에서도, 복잡한 거리에서도, ‘이제는 나도 당당히 대화를 나눌 수 있겠구나.’ 싶어 설렘이 밀려왔습니다.
양쪽 귀에 보청기를 끼고 새로운 소리를 들은 날
마침내 양쪽 귀에 보청기를 착용한 날! 나은 양은 아버지와 함께 한강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자연의 속삭임을 느꼈습니다. 물결이 부딪히는 소리,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그 모든 것이 양쪽 귀로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여러분에게 추석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요? 고향을 찾는 발걸음, 가족과 나누는 따뜻한 식사, 오랜만의 웃음소리. 명절은 많은 사람들에게 풍요롭고 따뜻한 시간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추석을 보내는 건 아닙니다. 돌발성 난청으로 갑작스럽게 청력을 잃은 윤선영(가명)님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생계의 벼랑 끝에 선 저소득 청각장애 가정이 있습니다.
생계를 잃고, 명절도 잃어버린 사람들
선영 님은 올해 5월, 인공와우 수술을 받았습니다. 학원 강사로 일하며 홀로 어머니까지 모셧찌만, 청력을 잃고 어지럼증이 계속되자 강의를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설상가상 고액의 수술비까지 발생하자 선영 님은 수술 후 어지럼증이 계속 되는 와중에도 쉴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가정은 선영 님뿐만이 아닙니다. 갑작스러운 청력 상실, 치료비 부담, 수입 단절로 생활고를 겪는 저소득 청각장애 가정들이 이번 추석에도 따뜻한 식사 한 끼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명절을 보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사랑의달팽이에서는 이런 청각장애 가정들이 이번 추석만큼은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생계지원을 하고자 합니다. 해피빈 모금함을 통해 함께 마음을 더해 저소득 청각장애 가정에 한 줄기 빛이 되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