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장애인 채용 컨설팅을 하는 기업 대표님과 인터뷰를 진행했던 적이 있는데요. 국내에선 장애인의무고용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낮은 고용률은 쉽게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컨설팅을 하는 대표님이 장애인 채용을 고민하는 기업에 '당신이 만나게 될 것은 사람이다'라는 것을 강조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지원자를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기업에 지원을 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도록 조언한다는 거죠.
많은 사람들이 장애가 있다는 것을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표현할 수 있고, 확고한 목표가 있음에도 이러한 인식 때문에 기회를 잡지 못하는 일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요.
하지만 우리는 한 사람의 가능성을 장애가 아닌 그들의 역량과 의지로 바라봐야겠죠. 능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면, 장애는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례도 이미 많이 있습니다.
이번 이어레터에서는 사회적 편견을 깨고 온전히 자신의 능력을 펼치는 사례를 준비해봤습니다. 함께 읽어보시면서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마라며, 3월의 세 번째 이어레터 전해드립니다.
고맙습니다😀
📩Newsletter Summary📩
- 스토리: 조용한 시간이 허락되는 택시 '고요한 택시'를 아시나요?
- 리뷰: 따뜻한 그림 에세이 책📖 <수어가 나에게 괜찮다고 말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택시에 탔는데 그날따라 서글서글한 기사님이 계속해서 말을 거실 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아, 집까지 조용히 가고 싶다…’
타인의 관심이 부담스러운 달팽이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꽤 많습니다. 유난히 낯을 가리거나 이동 중에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장 받고 싶은 사람을 위해 탑승부터 하차까지 불필요한 대화가 없는 택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리고 실제로 그런 택시가 존재한다면요?
오늘은 세상에서 제일 고요한 택시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고요한 택시란?
출처_고요한M
청각장애인 기사님이 운행하는 ‘고요한M’은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를 위한 모빌리티 서비스입니다. 국내 스타트업인 코액터스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승객의 말을 텍스트로 변환하여 기사에게 전달해줍니다.
그 외 하차 요청과 결제방법 등 꼭 필요한 기능은 차량 내 설치된 태블릿 버튼을 눌러 승객과 기사가 간편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2018년 6월 경주를 시작으로 현재는 서울과 남양주, 경주 외 지역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졌는데요.
고요한 택시 내부
‘고요한M’ 택시는 승객이 조작 가능한 태블릿과 운전석에 앉은 기사가 이용하는 태블릿으로 요청 사항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승객이 태블릿에 음성인식, 키보드, 손으로 쓰기 중 한 가지 방법을 선택하여 메시지를 전달하면 택시기사의 태블릿에 텍스트가 뜨는 방식이죠.
택시 탑승 시 기본적으로 ‘청각장애인 기사님이 운행하는 택시입니다’라는 안내음성이 나오면서 목적지를 입력하라는 화면이 뜹니다. 주행 중에도 승객의 요구사항을 전송할 수 있는데요.
‘히터 켜주세요’, ‘창문 좀 열어주세요’, ‘라디오나 노래를 틀어주세요’ 같은 메시지는 물론 하차 지점이 다가오면 ‘여기서 내릴게요’ 버튼을 눌러 내릴 수 있습니다.
청각장애인 택시기사라니 위험하지 않나요?
동종 업계 종사자들은 여전히 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2022년 한겨레 기사에 실린 ‘고요한M’ 입사 드라이버들의 경험담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만연하다는 걸 짐작케 했습니다.
“야간에 취객 한 분이 탑승했는데 청각장애인 기사라는 걸 알고 내리려 했어요. 지인분이 말려서 결국 내리지는 않았지만,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아 있죠.”
“택시에 탄 후 청각장애인 기사라는 걸 알고 ‘운전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스러운 시선이나 제스처를 보일 때가 있어요. 청각장애인도 운전경력이 10∼20년 된 사람들이 정말 많으니까 안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특히 ‘고요한M’ 어플의 주요 고객들은 장거리 이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국내 유일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블랙캡 차량을 보유한 데다가 AI 배차 시스템을 통해 승객이 원하는 최적의 차량을 배차하고 병원 동행 매니저 서비스도 추가로 선택할 수 있어 보호자 역할도 해주기 때문이죠.
2018년 6월 국내 최초 청각장애인 택시기사를 선보인 코액터스(현 고요한M) 송민표 대표는 수많은 택시 관계자와 장애인 단체, 복지관, 청각장애인 등 여러 집단과의 만남을 통해 지속적인 기술 향상과 진보한 솔루션을 탑재한 ‘고요한M’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사랑의달팽이와 오랫동안 좋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코다맘’이 매달 SNS에 연재 중인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 모음집 코다툰 외에 ‘위소’란 필명으로 새로운 종이책을 출판했습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청각장애인 작가 ‘위소’의 손끝에서 탄생한 가슴 벅찬 이야기. 귀가 불편한 학생 ‘정수현’이 주인공인 《수어가 나에게 괜찮다고 말했다》를 통해 세상의 숱한 편견과 상처를 딛고 자신의 행복과 꿈을 찾아가는 우리 곁의 공동 성장기를 소개합니다.
수어가 나에게 괜찮다고 말했다
내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아.
다만 내가 나를 더 소중하게 여길 수 있길.
위소 작가는 <그래서, 코다맘>이라는 일상툰을 인스타그램에서 정기적으로 연재하며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요.
틈틈이 ‘정수현’이라는 캐릭터를 연구하고 새 스토리를 구상하던 중, 2023년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2024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지원사업에 연달아 선정되어 동치미 출판사와 함께 《수어가 나에게 괜찮다고 말했다》를 단행본으로 출간했습니다.
직접 주문해서 읽어 본 신작은 알록달록한 종이 색감과 눈에 확 띄는 표지 디자인이 더해져 빠른 완독이 가능했습니다.
아무래도 청각장애인은 듣고 말하는 능력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기 어렵고 발음도 어눌한 경우가 많은데요. 음성언어가 주류인 사회에서 청각장애인들은 의사소통에서 소외되고 적응하기 어려워합니다. 자존감이 낮아지고 자신감을 잃게 되니, 장래희망의 폭이 좁고 꿈의 크기도 제약을 받는 편이고요.
책 속 주인공 수현이는 그런 핸디캡을 지닌 청각장애인으로 어느 날, 운명처럼 ‘수어’와 만나게 됩니다. 귀로 듣는 음성언어와는 다르게, 눈으로 볼 수 있는 시각언어인 수어를 알게 되면서 수현이는 새로운 세계를 누리며 점점 자신감을 되찾아가죠.
그림 에세이 에피소드 중 일부
실제 위소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담뿐만 아니라, 작가님 주변의 청각장애 친구들이 기꺼이 공유해준 에피소드가 덧대어져 풍성한 이야깃거리들이 가득한데요.
대한민국 청각장애인들의 현실을 솔직 담백하게 풀어낸 만큼 수현이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행복을 위해 꿋꿋이 나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주인공에게 과몰입한 스스로를 깨닫게 되실 겁니다.
인공달팽이관 수술 후 필수적인 언어재활 치료는 수년 동안 이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매년 3~400만원이라는 치료 비용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각장애 가정에 큰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언어재활 치료는 정서적 사회성 발달과 의사소통 능력 회복에 매우 중요한 과정이기에 치료가 지연될 경우 사회적 소외와 학습 부진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언어재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저소득 청각장애인을 위한 사랑의달팽이 해피빈 모금함이 열려있습니다.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과 희망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