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희수의 대사를 곱씹으며 우리 사회 속 소수자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얼마나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하는지 상기해봅니다. 청각장애인은 소수자에 속합니다. 그리고 소수자는 주류에 편입되기 위해 그들과 같은 생각을 하기 위해 애써야 하죠.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사회 속에서 희수는 말합니다. 모두가 듣지 못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어째서 모두가 들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닌 듣지 못하는 세상을 원하게 됐는지. 영화 속 청각장애인 남매의 이야기 속으로 안내합니다.
미드나잇 썬: 소수자의 씁쓸한 일상
<줄거리>
병우와 희수는 구화교육을 받은 청각장애인 남매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4시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병우는 일한지 2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말단 아르바이트생이다. 가뜩이나 최근에 들어온 신참이 자신을 무시하는 통에 매니저와 직급 문제로 예민한 병우.
그러던 어느 날 밤, 병우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명을 쓰게 되고 결국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같은 시간 희수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동준을 처음 만난다. 호의적인 동준에게 점차 마음이 쏠리는 희수. 밤은 깊어지고, 희수는 자연스럽게 동준과 동준의 친구들을 따라 그들의 아지트까지 따라 가게 되는데…
23분 가량의 이 짧은 단편 영화는 2013년 강지숙 감독이 연출한 작품입니다. 탄탄한 스토리와 강렬한 메시지 덕에 각종 영화제에서 상영되며 독립영화 임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에서 꽤나 주목을 받았습니다. 2016년 5월, 공중파 프로그램인 KBS 1TV ‘독립영화관’에서 방영되기도 했죠.
영화는 도심의 밤거리와 패스트푸드점 바닥에 엎어진 음료수를 청소하는 알바생 병우의 모습을 비추며 시작합니다. 2년째 매장 청소를 하고, 점장 지시로 화장실 청소도 도맡아 하고 있는 오빠 병우(김리후).
다른 아이들은 3개월이면 패티를 뒤집고, 직급이 올라가고, 임금도 오르지만, 병우만 늘 제자리걸음입니다. 매장의 매니저는 ‘장애인고용정책’에 따라 일을 시키지만 병우를 못 미더워하죠.
역시 청각장애를 지닌 여동생 희수(서예린)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또래 동준을 만나 동준의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에도 가고, 그들의 아지트인 달동네 폐가에까지 따라가서 함께 술도 마십니다. 하지만, 세상은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청각장애를 가진 청소년’에게 별로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영화 속 남매는 청소년 시기의 갈망을 고스란히 투영해냅니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서, 같이 있고 싶어서, 부당한 대우를 참을 수 없어서. 그 시기의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몸부림을 치며 씁쓸한 일상을 살아냅니다.
영화 말미, 지하철에 나란히 앉아 서로에게 기댄 남매는 이미 사회의 쓴맛을 다 알아버린 듯 체념한 얼굴로 얘기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못 들었으면 좋겠다"고, 병우는 끼고 있던 보청기를 빼고 동생 희수의 손을 꼭 잡습니다. "이렇게 하면 잠이 더 잘 와." 그 소리 없는 아우성이, 여느 날과 전혀 다르지 않을 그들의 일상이 참 씁쓸하게 다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