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2일과 13일 양일에 걸쳐 청각장애인 연극단 '옥탑방달팽이'의 세 번째 공연 <여행을 떠나>가 열렸는데요. 뮤지컬이라는 장르 특성으로 어느 때보다 긴장과 설렘이 단원들에게 가득했습니다.
이번 공연에 참여한 지혜연 배우는 공연 후 "이번 작품은 배우로서도, 청각장애인으로서도 너무나 뜻깊었습니다. 청력을 잃고 좌절하며 연극배우로만 활동하며 다시는 뮤지컬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이 좌절감과 자존감이 '나 자신에 대한 편견'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라는 소감을 말했습니다.
'청각장애인이 연극을 할 수 있을까?'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한 '옥탑방달팽이'의 무대가 청각장애인에게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이고 스스로의 틀을 깨뜨리길 바라는 마음이었기에 지혜연 배우의 소감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없이 우리는 어떤 일에 대해 스스로 다양한 이유로 한계를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옥탑방달팽이'는 그 한계에 도전하고 넘어서기까지의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리이기도 했기에 배우들을 포함한 관람객 모두 감동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함께 노력하고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울림은 분명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초석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사랑의달팽이와 함께 청각장애인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고 더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리며, 7월의 세 번째 이어레터로 소식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Newsletter Summary📩
- 영상: 달팽이는 사랑을 싣고~❤️ "베트남에 다녀왔어요"
- 인터뷰: 고즈넉한 분위기의 북촌 카페 '이채'
국경 너머 세계 곳곳에도 존재하는 소리를 잃은 아이들. 가정형편이 어려워 당장 병원에 가기 힘든 아이들의 사연을 전해 들은 사랑의달팽이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인공와우 수술로 소리를 찾아주기 위해 베트남에 다녀왔습니다.
교보생명의 <와우! 다솜이 소리빛 사업>이 지원하는 베트남 청각장애 아동들이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 영상을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막 초여름으로 접어들던 어느 날, 에세이 ‘되새길수록 선명해지는’을 집필한 청각장애인 채승호 작가님과 인연이 닿아 직접 운영 중인 한옥 카페 ‘이채’에 다녀왔습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카페는 평일에도 손님으로 가득했는데요.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음료를 만들던 작가님이 살짝 한가해진 시간을 틈타 에세이를 읽고 궁금했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운동에 진심이고 자칭 TMI가 심한 유쾌한 카페 사장님의 입담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그날의 기록을 달럽님들과 깨알 공유합니다.
귀는 좀 안 들려도 인생은 소중하니까!
🐌안녕하세요, 채승호 작가님! 사랑의달팽이에 먼저 연락을 주셨는데 이런 NGO 단체가 있다는 걸 원래 알고 계셨나요?
제가 고등학생 때 인공와우 수술을 받았어요. 그때 당시만 해도 사랑의달팽이를 몰랐는데 청각장애인으로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알게 됐어요. 그러다 작년에 사랑의달팽이에서 제작한 단편 영화 ‘정적’의 장철수 감독님이랑 조감독님이 영화에 등장하는 청각장애인 카페 사장 캐릭터 조언을 얻기 위해 찾아오셨어요. 그 인연으로 ‘정적’ 시사회에도 초대받아 다녀왔죠. 현재 사랑의달팽이에서 격월로 에세이를 발행 중인 이동희 작가님도 건너건너 아는 분이세요.
직원이 찍어준 작가님 픽! 인생컷
🐌아~ 정말 특별한 인연이네요! 그래서 저희도 작가님에 관해 미리 공부를 하고 왔는데요.👻 청각장애 청년의 자립기 ‘되새길수록 선명해지는’을 읽다 보니 근손실과 헬스에 관한 내용이 많이 나오더라구요.😄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하시나 봐요!
운동에 꽤 진심입니다.(웃음) 제가 지금 한 쪽만 인공와우 수술을 했는데요. 성인은 건강보험 지원이 한 쪽만 되거든요. 그래서 나머지 한 쪽은 차차 돈을 모아 수술을 할 생각이었는데 매일같이 쉬지 않고 운동을 하다 보니까 수술을 하게 되면 그동안 근손실이 발생하잖아요. 그것 때문에 조금 더 나이가 차면 수술을 할까 생각 중이에요. 운동으로 열심히 만들어둔 루틴과 근육들이 아깝기도 하고 다시 처음부터 그 과정을 쌓아 올리려면 까마득한 게…🙄
6월, 북촌 어느 골목 끝 한옥카페 ‘이채’
🐌역시 운동인으로 거듭나기란 쉽지 않네요.(모두 끄덕끄덕) 그나저나 어떻게 이런 골목에 한옥 카페를 차릴 생각을 하셨어요? 정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여름과 너무 잘 어울려서 꼭 이곳의 시간만 흐르지 않고 고여있는 것 같아요.
제 에세이를 읽어 보셨으면 이미 아시겠지만, 이 카페는 저희 아버지가 준비하시던 곳이었어요. 일본 유학을 다녀온 후 한국에서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한동안 백수의 삶을 이어갈 때 보다 못한 아버지가 같이 카페를 해보자고 먼저 제안하셨죠.
그렇게 얼떨결에 아버지와 같이 카페를 운영하게 됐는데 하다보니 꽤 적성에 잘 맞는 것 같아요. 낮에는 커피나 음료를, 해가 진 저녁에는 와인을 팔기도 하구요. 안국역 일대가 요즘 핫해져서 그런지 손님도 많은 편이에요. 여러모로 운이 좋았죠.
본업 모먼트!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건데 잘 모르는 사람은 작가님이 청각장애가 있는 줄 전혀 알아채지 못할 것 같아요. 발음도 명료하고 본인의 장애를 되게 거리낌 없이 농담하듯 직접적으로 언급하셔서 의외였어요.
‘트레바리’라고 읽고 쓰고 대화하는 독서모임 커뮤니티가 있는데요. 그 안에 완전 찐 철학 모임이 있거든요. 제 절친이랑 거길 다닌지 좀 됐는데 4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요. 평소 장애에 대한 접근이 좀 쉬웠으면 좋겠다는 저만의 철학 같은 게 있어서 내가 가진 장애를 농담하듯 편하게 얘기하는 편이에요. 조금 불편한 상황도 유머로 부드럽게 넘기기도 하구요.
근데 모임에 새로오신 분들이 그 부분을 약간 힘들어 하시더라구요. 이게 저에 대한 사전정보가 없는 상태로 대화를 하다보면 장애를 농담처럼 가볍게 인식하기보다 농담이 장애가 되는 상황이 발생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도 해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 면에서 비장애인의 사회인식개선이 더욱 중요한 것 같아요. 아! 사랑의달팽이에서 운영하는 자조모임 ‘청달(청년 달팽이/청각장애인 커뮤니티)’이나 ‘클라리넷 앙상블’도 그런 인식개선 사업의 일환인데 작가님도 관심있으시면 참여해보시는 건 어떠세요?
오~ 좋죠! 굉장히 다양한 사업을 하고 계시네요. 몰랐어요.
🐌사랑의달팽이에도 인공와우 수술을 한 직원이 있는데요. 그 친구가 어릴 때부터 클라리넷 앙상블 단원으로 활동하다가 일반 전형으로 음대에 합격했어요. 지금도 수석단원으로 행사가 있을 때마다 클래식 공연을 하고 있구요. 5~600명이 넘는 관객들 앞에서 대규모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대단한 일이잖아요. 그래서 청각장애 아이들의 자존감이나 사회성 향상에 많은 도움을 주더라구요.
아무래도 목소리와는 다르게 악기는 누르는 대로 소리가 나니까 노래를 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수월하게 적응을 하기도 하고요. 작가님도 기타 좀 치시잖아요!
하핫. 악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제 친동생이 카더가든 세션으로 활동 중이거든요. 살짝 TMI 같지만…꽤 잘생겼어요.(오오~) 아무튼! 동생이 음악인이다 보니 음악과 접점이 많은데 노래를 배워보니까 진짜 어렵더라고요. 음정 맞추기도 어렵고 생각만큼 잘 안되니까 저도 답답하고. 근데 기타는 그래도 좀 수월하게 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우애좋은 형제(왼-채승호 작가/오-잘생긴 동생)
🐌확실히 노래보다 악기를 다루는 게 더 쉬운가 봐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사랑의달팽이와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강도 높은 운동을 원하신다면 청달 모임 중에 ‘F45’도 있고, 가을쯤 오픈 예정인 콘텐츠 프로젝트(아직 내용을 오픈할 순 없지만!) 관련해서도 시너지를 낼 만한 지점이 있을 것 같은데…어떠세요?😃
(흔쾌히) 저야 좋죠. 재미난 제안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주저 말고 연락주세요 :D
살짝 긴 장발을 하나로 묶고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던 채승호 작가님과 짧고 굵은 대화를 마치며 살랑살랑 불어오는 여름 바람에 더위를 식히던 그날의 기억이 여러분에게도 온전히 전해졌길 바랍니다.
사랑의달팽이와 즐거운 협업을 계속할 수 있길 소망하며! 청각장애 청년이자 카페 사장이기도 한 채승호 작가님의 건승을 빕니다.
우리가 들으려고 태어난 건 아니잖아?
본문에 등장하는 에세이
솔직 담백한 글솜씨만큼이나 상대방을 배려하고 부드럽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기술이 남달랐던 채승호 작가님을 보며 초등학교 3학년 때 청력을 잃었지만, 결핍이 꼭 불행으로 귀결되는 건 아니란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을 겪고 자신 앞의 생을 제련해왔을지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소리를 줬다 뺏어간 사실에 마음이 상한 어린이가 건장한 청년이 되고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는 멋진 어른이 되기까지. 그 일련의 과정이 궁금하시다면 한가한 주말 오후, 얼음 동동 띄운 커피 한잔과 함께 채승호 작가님의 에세이 ‘되새길수록 선명해지는’을 찬찬히 읽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TMI. 어쩌면 곧 사랑의달팽이 홈페이지에서도 채승호 작가님의 에세이 ‘되새길수록 선명해지는’에 수록된 에피소드를 매달 1편씩 만날 수 있을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