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장애를 이해하고 알아야 할까요?💬

4월 1주 이어레터를 전해드립니다

2024. 4. 3.

안녕하세요. 사랑의달팽이입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 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갖는 당연한 권리인 투표를 통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의미있는 날이기도 한데요. 최근 여러 뉴스 매체를 통해 '장애인의 투표권 사각지대'에 대한 내용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선거와 투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에 있어서 시각장애인에게는 부실한 점자 및 음성 지원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수어 지원 등이 아직까지도 크게 나아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때문이죠. 이런 정보 접근의 어려움이 선택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기에 개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비장애인에겐 너무나도 당연하다 생각한 권리와 일상이 장애인에겐 그렇지 않은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사랑의달팽이는 겪어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기에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전하면서 많은 분들이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4월 첫 번째 '이어레터' 를 통해 당연했던 것들이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다는 것을 다시 느껴보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Newsletter Summary📩

- 지원후기: 수민이가 매주 손꼽아 기다리는 '언어재활치료' 시간

- 일상툰: '귀가어두운여우 18화' 한국 영화를 극장에서 보기 어려운 이유

청각장애 아동의 경우, 인공와우 수술 이후에도 적극적인 언어재활치료가 필요한데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공와우’ 수술을 한 청각장애인은 마치 귀를 손으로 막았다 뗀 것처럼 자연스럽게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후천적으로 청각을 상실한 성인들은 귀를 막았다 떼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수민이처럼 선천적으로 내이기형을 타고난 아이들은 사정이 다릅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소리를 듣는다는 건 우리가 상상해보지 못한 세계일 테니까요.

소리를 처음 만난 세계

어엿한 초등학생이 된 수민이

올해 일반초등학교 통합반 1학년이 된 수민(가명)이는 신생아 청력검사에서 재검 판정을 받고 내이기형을 발견한 케이스입니다.

2017년 5월경 동시에 양쪽 귀 인공와우(=인공달팽이관) 수술을 받았죠. 그렇지만 더딘 언어발달로 인해 9살이지만 1년 유예 후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는데요. 언어인지능력이 2세 8개월 수준으로 또래에 비해 조음이나 청능, 언어 구사력이 지극히 낮아 타인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따릅니다.

“아빠, 자동차. 회사 갔어.” 와 같이 4어절 정도로 대화하며 자주 쓰는 단어도 생활단어 위주죠.

애써 소리를 듣게 된 세계도 완벽하진 않았습니다.

소리를 모르던 아이가 소리라는 걸 알게 되고. 여기에 뜻이 있고. 이걸 쓸 수 있고. 이게 있으면 말할 수 있고. 하는 것들을 훈련하려면 시간이 한참 걸리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적어도 3년은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만 듣기, 말하기, 의사소통 전반에 걸쳐서 정상적인 언어 습득 과정이 자리가 잡힌다고 합니다.

때문에 청각장애는 연령에 관계없이 발견 시점부터 바로 언어재활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죠.

매주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

언어재활치료 모습

"서울 공부 가?"

완벽하진 않지만 스스로 짧은 문장을 만들어

이야기 하는 수민이

여주에 사는 수민이는 근처 치료실을 다니며 인지, 언어치료를 진행했지만, 여주에는 청각언어재활 전문 치료사가 없어 전문 치료사가 있는 서울로 추가 언어치료를 다녀야 했습니다.

대중교통을 타면 왕복 5시간, 보통 차로도 왕복 4시간이 걸리는 장거리를 오가면서도 여주보다 서울로 가는 언어재활치료를 더 좋아한다는 수민이. 비용 때문에 타 지역으로 치료를 못 다닌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매주 서울을 오가던 화요일, 토요일마다 “서울 공부 가?” 라고 묻곤 합니다.

수민이는 2023년 3월부터 2024년 1월까지 거의 1년간 사랑의달팽이에서 언어재활치료비를 지원받았습니다. 덕분에 짧은 단어나 행동으로만 얘기를 하던 아이가 이제는 스스로 짧은 문장을 만들기도 한답니다. 특히, 또래 친구들과 그룹 치료 형태로 학교 입학 준비를 같이하면서 치료 효과가 더욱 두드러졌죠.

물론 첫술에 배가 부르지 않듯 여전히 부족한 부분도 많습니다. ㄱ, ㄴ, ㅂ 발음과 입이 모아지는 오, 우 발음을 특히 어려워하는가 하면 저주파 소리에 해당하는 남자 목소리를 유독 구분하기 힘들어하는 등 중점적인 치료가 꼭 필요한 문제들이 남아있죠.

올 1월 사랑의달팽이에서 지원한 언어재활치료비가 모두 소진된 후 마음 같아선 서울 지역 언어치료실을 계속 다니며 치료 효과를 높이고 싶지만, 비용이 부담되어 추가 치료는 중단한 상태입니다.

노는 게 제일 좋아!

원래 2학년이 될 나이인 수민이는 학교를 1년 늦게 들어가 1학년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듣습니다.

지금 교실에는 22명 정도의 학생이 있어 소음이 크고 선생님의 목소리도 익숙지 않아 조금씩 적응 중이라고 하는데요. 선생님이 미니 마이크를 사용해 수업을 진행하지만, 다른 소리가 한데 섞여 들리면 아무래도 잘 듣는 게 쉽지 않습니다.

특수교육지원청에 청각 보조기기 대여를 신청했으나 수량이 부족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서 아예 구입 신청을 해둔 상태지만 이마저도 가능할지는 미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