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이 일상 생활 속에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소리가 나는 방향에 대해 인지하기 어려운 점이라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누군가 뒤에서 부른다거나 자동차의 경적이 울릴 때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돌아보는 일이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청각장애인의 경우 이런 상황에서 반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얼마 전 사랑의달팽이 해피빈 모금함을 통해 오른쪽 '외이도 폐쇄증'으로 난청 진단을 받았던 강인이(가명)의 사연이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았었는데요. 오른쪽에서 아무리 불러도 왼쪽으로만 고개를 돌려 반응하다 보니 자라면서 차량의 경적소리나 방향을 인지하지 못해 사고가 나지 않을까... 친구들과 어울릴 때 어려움이 없을까 어머니의 걱정이 컸습니다.
그저 건강하게 부르면 잘 보고 잘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어머니의 바람이 많은 분들의 마음에 닿아 다행히 사랑의달팽이를 통해 소리를 선물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강인이의 이야기는 소리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 주었고, 청각장애인이 일상에서 겪는 작은 어려움이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었습니다. 사랑의달팽이는 앞으로도 강인이와 같은 친구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소리를 선물 받을 수 있도록 함께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응원이 모여 누군가의 삶에 소중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함께 더 많은 소리를 선물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강인이의 지원 후기 이야기와 함께 11월의 첫 번째 '이어레터' 전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Newsletter Summary📩
- 지원후기: <골도보청기 지원 후기> | 왼쪽으로만 돌아보던 강인이
- 일상툰: 귀가 어두운 여우 24화 | 다 같지 않은 '청각장애'
뒤에서 차가 온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피하시나요?왼쪽에서 오면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오면 왼쪽으로 피하실 겁니다. 이렇게 당연한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손에 땀을 쥘 정도로 긴장해야 할 일이라면 믿어지실까요?
강인이(가명)는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외이도 폐쇄증, 즉 오른쪽 귓구멍이 막혀서 태어났습니다.작은 귀 옆에는 귓불만 한 크기의 혹과 쥐젖이 달려있고, 귓불 아래에도 구멍이 하나 뚫려 있는 여러 가지 기형을 동반하고 있죠.
마음 아프게도 청력검사 결과 난청 진단을 받은 강인이는 오른쪽에서 아무리 불러도 소리가 들리는 왼쪽으로만 고개를 돌려서 반응합니다.
엄마의 간절한 바람
소리가 거의 안 들리는 오른쪽에 비해 왼쪽 귀는 조금 더 소리가 잘 들리기에 뒤에서 부르는 엄마의 부름이나 오른쪽에서 들리는 음악 소리에도 강인이는 항상 왼쪽으로만 돌아봅니다.
“크게 바라는 건 없고 그저 몸 건강하게 부르면 잘 보고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강인이 어머니는 추후 차량의 경적소리나 방향을 파악하지 못하여 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친구들과 단체 활동을 할 때 못 어울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벌써부터 마음이 아려옵니다.
그런 어머님의 작고 소박한 바람이 사랑의달팽이에 전해진 걸까요? 해피빈 후원을 통해 골도보청기를 지원받게 된 강인이. 하지만 어린아이에게 낯선 기기는 기쁨보다 경계의 대상에 가까웠습니다. 아쉽게도 골도보청기를 처음 착용한 강인이의 반응은 ‘두려움’이었는데요. 그렇게 고요하던 강인이의 세상에 시끄러운 소리가 찾아왔습니다.
골도보청기를 착용하자 들리는 주변 소리에 깜짝 놀라는 강인이와 다르게 어머님은 우는 강인이를 바라보며 “아이가 소리가 잘 들리나 봐요!” 하고 뛸 듯이 기뻐하셨습니다. 강인이에게 ‘골도보청기’란 이름의 새 친구가 생기게 된 순간이었죠!
아이가 아직 골도보청기를 낯설어 하긴 하는데 이제 제가 부르면 부른 쪽으로 돌아보고 음악 소리에 박자를 맞춰 몸을 움직이는 게 너무 기뻐요~
미래를 꿈꾸는 피아니스트
골도 보청기를 끼더라도 혹시나 소리를 잘 못 들을까 걱정하던 어머님에게 어린이집 선생님께서는 다행히 강인이가 눈치도 빠르고 또래 아이들과 견주어도 말하는 건 크게 차이가 없다며 어머님을 안심시켜 주셨습니다. 친구들과 노는 바쁜 와중에도 어디선가 소리가 나면 쳐다보며 무슨 소리인지 궁금해한다고요.
골도보청기를 끼고 나서 강인이가 달라진 점은 또 있는데요. 어느 날 산책을 하던 중 오케스트라의 악기 소리를 듣게 된 강인이가 신기한지 박수를 치며 가까이 다가가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혹시 강인이가 악기 소리를 좋아하나?’ 란 생각에 TV로 연주 모습을 보여주니 피아노를 치듯 손과 팔을 휘저으며 연주하는 모습을 따라 했다는 강인이!
이러다 미래의 멋진 피아니스트가 탄생할지도 모르겠네요!😀
작지만 천천히 그리고 조심히
밖에 나가거나 몸을 많이 움직이는 활동을 할 때 강인이는 보청기를 잠시 빼두곤 합니다. 값비싼 보청기가 혹여 고장이 나거나 잃어버릴까 걱정되는 마음 때문인데요. 그러나 사랑의달팽이에서는 어머님에게 아이가 외부에서 들리는 다양한 소리를 많이 들어보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곤 합니다.
보청기를 지원받고 어느덧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강인이는 이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이름을 부르면 돌아보곤 합니다. 강인이의 작은 발걸음도 작지만, 천천히 그리고 조심히 커져갈 겁니다.
씩씩한 강인이의 발걸음이 오래오래 빛을 발하길 바라며. 사랑의달팽이는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까지 꼼꼼히 살피며 바르고 성실하게 청각장애인을 위한 지원에 힘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