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많은 분들이 한자로 [아닐 비(非)]라고 알고 그렇게 쓰고 있을 텐데요. 단순히 장애인이 아니다라는 의미보다 갖추다, 준비하다의 의미를 담은 한자 [갖출(아직)비'備']를 써서 누구나 갑자기 갖게 될 수 있다는 의미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장애 발생 원인의 약 87%는 후천적 요인이기에 이는 과장된 말이 아닙니다.
이처럼 단어 하나에도 담긴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면, 장애에 대한 우리의 시각도 더 깊어질 수 있습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장애의 가능성을 떠올리며,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곧 나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게된다면 조금 더 따뜻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이어레터'가 장애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10월의 첫 번째 이어레터 전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Newsletter Summary📩
- 지원후기: <인공와우 외부장치 지원 후기> 수진이의 다시 찾은 생생한 소리!
- 일상툰: <귀가어두운여우 23화> 우리 모두 '예비 장애인'
중학생 수진(가명)이는 두 명의 할머니와 언니, 부모님과 함께 삽니다. 특수학교 중등반에 재학 중이지만, 일반 학교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친구들과 놀기 좋아하고 꿈 많은 15살이죠.
4살 때부터 갑자기 말하던 단어들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게 된 수진이는 병원에서 발달 장애 검사를 받고 양쪽 귀가 거의 안 들린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모두 미루어 짐작할 수 없으니 가족들은 늘 근심과 걱정이 앞섭니다. 수진이는 매일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요?
비록 조금 느릴지라도
언어치료 중인 김수진(가명) 학생
수진이는 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말은 하지만 비장애인처럼 유창한 수준은 아닙니다.
특히 발음이 미흡하고 어휘 발달 속도가 또래보다 3~4년 정도 뒤처진 상태죠. 2014년 7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오른쪽 귀 인공와우 수술 후 최근까지 오래된 외부장치를 사용해오고 있었는데요. 거의 안 들리는 왼쪽 귀에 보청기를 착용 중입니다만, 보청기만으로는 소리를 듣는 데 한계가 있어서 낡은 인공와우 외부장치에 의지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적정 교체주기가 5년 정도인 인공와우 외부장치를 10년 가까이 쓰다 보니 완충된 배터리를 장착해도 소리가 안 들려 수시로 건전지를 교체하는 경우가 빈번해 선생님의 중요한 설명을 놓칠 때도 다반사였습니다.
아무래도 다수의 아이들과 수업을 듣는 환경에선 진도를 따라가기 어려워 얼마 전 수학과외를 시작했다는 수진이.
과외비와 언어치료비 등으로 한 달에 약 80만원 정도의 고정 비용이 나가는 데다 친조모와 외조모의 치료비까지 보태면 초등학교 교사인 아버지와 시간제 강사인 어머니의 벌이로는 생활비를 대기에도 빠듯합니다.
깨끗한 소리를 듣게 됐어요!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있던 수진이는 다행히 사랑의달팽이 지원으로 외부장치를 교체하게 되었습니다. 새 외부장치로 교체하고 난 후 전보다 부쩍 밝아진 수진이. 똘망똘망한 아이의 눈동자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 건 단지 기분 탓만은 아닐 겁니다.
미소가 어여쁜 수진이의 업그레이드된 외부장치!
이전에 사용하던 외부장치는 귀걸이형으로 항상 귀에 꽂는 몰드를 함께 착용해야 해서 가뜩이나 귀가 작고 안경까지 써야 하는 수진이의 불편함이 컸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일체형 외부장치로 교체하여 구형 기기보다 장착하기도 편하고 소리도 깨끗하게 들린다고 하는데요.
새로 바꾼 신형 외부장치의 경우, 핸드폰과 다이렉트로 연결(블루투스)이 가능해서 평상시 지하철로 이동할 때마다 ‘윙윙’ 울리는 소음으로 힘들어하던 아이가 이동 중 핸드폰으로 유튜브 영상도 보고 고음질로 노래도 들을 수 있어 무척 좋아한다고 하네요.
내게 꼭 필요한 소리만 증폭되는 기계라니. 정말 멋지지 않나요?
특수학교를 다니는 수진이는 수어도 함께 사용이 가능해서 학교생활이 꽤 수월한 편이지만, 또래 아이들이 많이 없어서 아쉬워합니다.
수진이가 다니는 학교의 중등반은 중1 학생 3명, 중2 학생 2명이 전부기 때문이죠. 그래도 씩씩한 수진이 곁에는 언어치료실에서 사귄 또래 친구들과 고등부 언니들이 있어 딱히 외로울 틈이 없습니다. 방과 후 친구들과 방탈출 카페도 가고, 인생네컷도 찍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잘 웃고 잘 노는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갈 수 있다면
“나중에 우리 학교와서 애들 가르치면 안돼?”
언니가 언어치료 공부를 하는 걸 알게 된 후로 수진이가 자주 하는 말입니다. 작년부터 실습을 나가기 시작한 언니에게 “실습하는 애는 어때? 나보다 말 잘해?”라고 물어보기도 하고요.
수진이가 인공와우 수술을 했을 즈음 수진이 언니는 중학생이었습니다. 청각장애를 지닌 동생의 영향 때문인지 언니는 그때부터 언어재활사의 꿈을 키워왔다고 해요.(아아…너무나 아름답고 애틋한 자매애 아닙니까?😍)
그래서인지 엄마한테도 안 알려주는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언니한테만 알려준다는 수진이. 이 사랑스러운 자매의 우애가 부디 오래오래 빛을 발하길 바라며.
사랑의달팽이는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까지 꼼꼼히 살피며 바르고 성실하게 청각장애인을 위한 지원에 힘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